당뇨와 술: 소주는 혈당을 안 올린다? 직장인 회식 생존 음주법

연속혈당측정기를 부착한 직장인이 삼겹살 회식 자리에서 소주를 마시며 당뇨와 술의 관계를 고민하는 모습

건강검진에서 당뇨 전단계 판정을 받고 식단 관리에 돌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게 가장 큰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부서 전체가 참석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삼겹살 회식이었습니다. 눈앞에서 구워지는 기름진 고기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소주잔 앞에서 저는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그때 한 직장 동료가 "소주는 탄수화물이 없는 증류주라서 혈당을 안 올려. 게다가 요즘은 제로 슈거잖아!"라며 안심하듯 술잔을 건넸습니다. 그 말에 혹한 저는 팔에 연속혈당측정기(CGM)를 부착한 상태로 안주를 최소화하며 소주를 여러 잔 마셨습니다. 회식 중에는 정말로 혈당 수치가 평온했지만,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저는 스마트폰 앱에 찍힌 붉은색 그래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얄팍한 상식에 속아 제 간과 췌장을 무자비하게 혹사시켰던 그날의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당뇨와 술에 숨겨진 충격적인 진실과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현실적인 회식 생존 음주법을 낱낱이 파헤쳐 드립니다.

팩트체크: 제로 슈거 소주는 정말 혈당을 올리지 않을까?

알코올 자체가 유발하는 위험한 '저혈당'의 함정

동료의 말대로 소주나 위스키 같은 증류주, 특히 최근 유행하는 '제로 슈거' 소주에는 당분이나 탄수화물이 거의 들어있지 않은 것이 팩트입니다. 실제로 술을 마시는 도중에는 혈당이 크게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평소보다 낮게 떨어지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술이 건강에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 몸의 해독 공장인 '간'이 비상사태에 돌입했기 때문입니다.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간은 이를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할 1급 독성 물질로 인식합니다. 평소라면 뇌와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틈틈이 포도당을 만들어 혈액 속으로 내보내야 할 간이, 알코올 해독에 모든 기능이 마비되어 포도당 생성 작업을 전면 중단해버리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술자리가 길어질수록 혈액 속의 당분이 고갈되어 치명적인 급성 저혈당 쇼크에 빠질 위험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제가 회식 자리에서 혈당이 오르지 않았던 이유는 안전해서가 아니라, 간이 알코올이라는 독과 사투를 벌이느라 혈당 조절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을 덮치는 반동성 혈당 스파이크의 공포

당뇨와 술의 진짜 무서운 점은 술이 깨기 시작하는 다음 날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간이 밤새도록 알코올 해독을 어느 정도 마치고 제정신을 차리면, 그동안 억눌려 있던 포도당 생성 기능이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우리 몸은 저혈당 상태를 위협으로 인지하여 스트레스 호르몬을 대량으로 분비하고, 이는 인슐린 저항성을 극도로 악화시킵니다. 실제로 저는 회식 다음 날 아침, 아무것도 먹지 않은 공복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혈당 수치가 160mg/dL을 뚫고 치솟는 무시무시한 '반동성 혈당 스파이크'를 겪었습니다. 여기에 극심한 숙취로 인해 달고 짠 해장국이나 단당류 음료까지 들이켜게 되면, 기능이 떨어져 있는 췌장에 회복 불가능한 치명타를 입히게 됩니다. 술이 당장 그 순간의 혈당 수치를 올리지 않는다는 얄팍한 사실만 믿고 방심하다가는, 췌장의 기능이 서서히 망가져 결국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혈당 폭탄의 진짜 주범은 술잔이 아닌 '안주'에 있다

간을 마비시키는 최악의 조합, 삼겹살과 달콤한 양념

회식 자리에서 피를 말리는 또 다른 복병은 바로 술과 함께 곁들이는 안주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간이 알코올을 분해하느라 마비된 상태에서, 삼겹살과 같은 고지방 음식이나 양념 갈비처럼 설탕이 듬뿍 들어간 안주가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몸은 이 엄청난 칼로리와 당분을 정상적으로 대사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혈액 속에 둥둥 떠다니게 방치하거나 내장 지방의 형태로 몸 곳곳에 욱여넣게 됩니다. 특히 기름진 고기 안주는 위장에서 소화되는 시간을 비정상적으로 지연시켜, 밤새도록 혈당을 야금야금 올리는 최악의 원인이 됩니다. 회식의 단골 메뉴인 삼겹살에 소주, 그리고 마무리로 즐기는 차가운 물냉면 한 그릇은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풀어줄지는 몰라도, 당뇨와 술의 관점에서는 인슐린 분비 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파멸의 코스 요리와 다름없습니다.

피할 수 없는 직장인 회식, 현실적인 생존 음주법

생명수와도 같은 '물'을 이용한 희석 방어 전략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윗분의 권유나 거래처와의 자리 등 술을 아예 입에 대지 않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순간들이 존재합니다. 이럴 때 제가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생존 무기는 바로 '물'입니다. 소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무조건 생수 한 컵을 비워내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물은 위장에 머무는 알코올의 농도를 희석하여 간으로 흡수되는 속도를 늦춰줄 뿐만 아니라, 이뇨 작용을 촉진하여 알코올이 소변으로 빠르게 배출되도록 돕습니다. 또한 물로 배를 채우면 자연스럽게 고칼로리 안주에 손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1석 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을 철저히 배제하는 안주 선택의 기술

어쩔 수 없이 회식 메뉴를 골라야 하는 권한이 제게 주어진다면, 저는 무조건 탄수화물과 달콤한 양념이 배제된 메뉴를 선택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생선회, 두부 김치(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볶음 김치), 혹은 맑은 국물의 조개탕이나 연포탕입니다. 만약 삼겹살집에 가게 된다면 고기는 상추와 깻잎 등 채소에 두 겹씩 싸서 포만감을 유도하고, 공깃밥이나 냉면, 된장찌개에 들어있는 감자 등은 절대 입에 대지 않는 독한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당뇨와 술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적이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여러 임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불가피한 상황일 경우 남성은 하루 2잔, 여성은 1잔 이내로 음주량을 엄격하게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단, 본인의 간 기능 수치가 떨어져 있거나 당화혈색소가 심각한 수준이라면, 이마저도 독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치의의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참고 문헌 및 신뢰할 수 있는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