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손발 저림, 단순 혈액순환 장애로 방치하면 신경이 썩어들어가는 이유

고혈당으로 끈적해진 혈액이 미세 혈관을 막아 말초 신경을 굶겨 죽이면서 발생하는 당뇨성 손발 저림의 의학적 기전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발끝이 찌릿찌릿하거나, 장갑을 낀 것처럼 손의 감각이 둔해진 경험이 있으신가요? 많은 직장인들이 이를 컴퓨터를 오래 해서 생기는 손목 터널 증후군이나, 나이가 들며 찾아오는 흔한 '혈액순환 장애'쯤으로 치부하고 약국에서 영양제를 사 먹으며 버팁니다. 

하지만 이유 없는 손발 저림이 수일간 반복된다면, 이는 혈액 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의 손끝과 발끝에 뻗어 있는 미세한 신경들이 산소 부족으로 서서히 질식해 죽어가고 있다는 섬뜩한 경고입니다.

끝에서부터 굶어 죽어가는 말초 신경들

끈적한 피가 미세 혈관을 틀어막는 기전

우리 몸의 가장 깊고 먼 곳인 손가락과 발가락 끝에는 머리카락보다 얇은 '미세 혈관(모세혈관)'들이 거미줄처럼 퍼져 있습니다. 이 얇은 관을 통해 적혈구가 산소와 영양분을 배달해야 끝에 달린 신경 세포들이 살아 숨 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뇨로 인해 혈관 속에 포도당이 과적되면 혈액은 마치 끈끈한 꿀이나 시럽처럼 점도가 높아집니다. 

끈적해진 피는 이 미세 혈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곳곳에 정체되어 혈관 벽을 파괴합니다. 결국 혈류가 끊긴 손발 끝의 말초 신경들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극심한 기아 상태에 빠지며 서서히 괴사하기 시작합니다.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기묘한 감각의 정체

통증에서 무감각으로 이어지는 절망의 굴레

말초 신경이 죽어가는 과정은 결코 조용하지 않습니다. 신경 세포들은 파괴되기 직전, 뇌를 향해 살려달라는 다급한 이상 신호를 무작위로 쏘아 올립니다. 발바닥에 전기가 통하는 듯한 찌릿함, 수많은 개미가 피부 밑을 기어 다니는 듯한 불쾌감, 혹은 날카로운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바로 그 비명 소리입니다. 특히 혈류 속도가 가장 느려지는 밤이나 수면 중에 이 고통은 더욱 극대화됩니다.

실무적으로 가장 공포스러운 단계는 이 통증마저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통증이 멈췄다고 병이 나은 것이 아닙니다. 신경이 완전히 죽어버려 더 이상 뇌로 감각을 전달할 수 없는 '무감각' 상태에 빠진 것입니다. 이때부터는 꽉 끼는 구두에 발이 까져 피가 나도, 뜨거운 난로에 발등이 데어도 전혀 아픔을 느끼지 못합니다. 상처는 끈적한 피 때문에 아물지 않고 세균이 번식하여 썩어 들어가며, 결국 발을 절단해야 하는 최악의 당뇨 합병증(당뇨발)으로 직행하게 됩니다.

혈액순환 개선제 대신 당화혈색소를 확인하십시오

손끝과 발끝에서 시작된 기묘한 저림을 동네 약국에서 파는 혈액순환 개선제나 마그네슘 몇 알로 해결하려 드는 것은 무너지는 댐을 반창고로 막으려는 짓입니다. 한 번 망가진 신경은 현대 의학으로도 다시 살려내기 매우 어렵습니다.

이유 없는 손발 저림이 시작되었다면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내일 아침 당장 내과를 방문하여 당화혈색소(HbA1c) 검사를 통해 혈관 속에 흐르는 시럽의 농도를 확인하십시오. 발끝의 찌릿함은 췌장이 당신의 다리를 지켜내기 위해 보내는 마지막 구조 요청입니다.